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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는 아주 오래된 전화번호가 하나 있다.

번호를 저장하기 시작한건... 수년..아니 십년은 더 된거 같다.... 핸드폰을 몇번을 바꾸면서도 꼭 이 녀석은 먼저 메모를 하고 옴겨 적었던걸로 기억을 한다.

물론 수년동안 지금껏 전화를 해본적이 없다.

사실 술을 가볍게 먹고선. 잠깐 남대천에서 쉬기 위해 앉었다가 핸드폰을 드려다 보면서..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도 하기는 했었다.

술기운에 누를까.. 혹시 전화를 받으면 머라고 하지?
잘지냈니? 어떻게 지내니?

그래 그렇구나.......

한참을 그렇게 상상으로 고민을 하다가...... 또 나름 미소를 지으면서 옛생각에 빠져들어 한참을 머물다
늦은 밤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서곤 들어간 기억이 난다.

물론 그 후로도 전화는 걸어보질 못했다.

솔직히 이제 ..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난다.
정말 기억이 안나는데.. 한때 TV 일기예보하는 아나운서에서 그녀석의 느낌이 묻어나서..
한참을 그 코너를 찾아보곤 했었는데..

무슨일이 있는지 그 아나운서도 안보이기에.. 그렇게 알게 모르게 붙잡고 싶은,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서서히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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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을 못보다가 어느날 연락이 되어서..
한참을 보다가

어느순간 또 연락이 안되어 몇년을 못보다 보니 언젠간 자연스럽게 보겠거니 했던게..
이미 10년이 넘어가는거 같다.

그렇게 하나둘 잊혀지는거니깐.. 자연스럽게 말이다.. 거기에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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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쓰고 있는 핸드폰이 전화 수신이 잘 안되거나..문자 수신이 가끔 한동안 안되는 경우가 있어서
A/S 센터를 찾아갔는데 ..

기사분이 하는 말이
네트워크 관련 조치를 했지만 몇일 두고 보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핸드폰 메인보드를 교체 해야 할지도 모르단다고 애기를 하더라..


..

아무리 생각해도 분위기가 희망적이지는 않고
2011년도에 나온 피쳐폰을 수리해서 쓸 생각이 없었던터라

일반 유심을 마이크로 유심으로 커팅을 하고
와이파이용으로 사용하던 노트2 에다가 꼽으면서 5년정도를 함께 했던 피쳐폰을 떠나 보냈다.

기존에 스마트폰을 사용을 했다면.. 동기화 한방에 전화번호는 등록이 되겠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피쳐폰을 선호했던터라..

옆에 켜놓고선 전화 번호를 하나 둘 옴기다가
무련듯 이 016 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눈에 밟히더라..

실제로 한 5년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렇게 고개를 들고 “안녕” 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머라 할말이 없는터라..
“그래 오랫만이네” 라는 혼잣말과 함께 담담하게 옴겨적으면서 또 몇년이 될지 모르지만 잘 있어라며 저장을 했지만...

당연하게도 전화는 해볼 생각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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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묻어두는 이야기 하나쯤은 있을꺼고...
그때로 돌아가면.. 이라는 상상을 하는건 나만 그런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맥주한캔을 하면서.. 옛 음악들을 틀어 보게 되더라.

한손에는 들려있는 액정너머로...이제 외우고도 남을 전화번호를 바라보면서..
왜 그 동안 이 번호로 전화를 못해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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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후회가 들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한번 걸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결국엔 오늘도.. 전화를 못걸었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았을땐...

앞으로도 전화를 못걸꺼라는것을 알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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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통화를 눌렀을때
없는 번호라는 멘트가 나오면 .... 번호를 지워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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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도 한장 받아둘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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